용서하고 살아가요
용서를 가장 필요로 하는 대상이 가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은 피의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깊은 만큼 상처도 쉽게 주고 받습니다. 사실 많은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삽니다. 그러나 부모는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가 많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용서를 구할 때 상처는 치료됩니다. 그러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부모의 권위를 강조하는 동양 가정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다오.” 한마디만 해주면 마음이 풀릴 텐데 이것을 안 해줘서 평생 멍든 가슴을 안고 사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으면 용서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용서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가 있고 영적인 눈이 뜨여 자신의 잘못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용서를 빌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진정으로 예수님을 영접했는지, 안 했는지를 분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 세상을 떠날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임종을 맞을 때 내 마음에 이웃에 관한 찌꺼기가 없고 이웃의 마음에도 나로 인한 찌꺼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혹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준 적이 없는지 아내에게 아들들과 딸에게도 묻게 됩니다. 자녀가 그런 일 없었다고 대답해 주어 고마웠습니다. 아내는 '음...' 하고 찾고 있어서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용서를 빌고 난 후에는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웃습니다. 어떤 사람은 용서할 것이 없다고 잡아뗍니다. 어떤 사람은 “네가 네 잘못을 드디어 깨달았구나”라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때 상대방이 내게 잘못한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내가 먼저 용서를 빌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 용서를 빌 때는 은혜롭게 받아 주어야 합니다. 아랫사람이 용서를 구하면 그 용기를 칭찬해 주고, 윗사람이 용서를 구하면 그 겸손함에 감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용서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때 용서를 하는 사람과 용서를 받는 사람 모두가 진정한 치유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하늘 복 받으세요 한승엽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