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것만 추구하면 우리의 영성은 죽습니다
온 교회가 기도해주신 덕분에 지난 주일 창립27주년감사로 모든 행사를 잘 진행하게 하심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27년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우리 교회를 위해 헌신하신 한기섭 목사님을 원로목사님으로 온 교회가 추대하였고, 제가 2대 담임목사로 위임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담임목사님을 잘 동역하여 우리 교회의 신앙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아갈 11명의 안수집사, 13명의 권사, 30명의 여집사, 5명의 명예여집사를 하나님께서 일꾼으로 세워주셨습니다. 이날 오후에 드려진 임직감사예배에 500명이 훌쩍 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우리 교회의 앞날을 축복하고 기도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모저모로 섬겨주신 교역자들, 재직(장로회, 안수집사회, 권사회, 여집사회)들과 성숙한 모습으로 예식 순서마다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시고 끝까지 함께해주신 온 교우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정말 모든 분들 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해 전반기에 저는 꽤 알려진 교회들을 중심으로 교회탐방을 다녀왔습니다. 대부분 담임목사님들의 인격이 훌륭하고 설교도 좋다고 알려진 교회들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교회는 같이 참여해서 드려본 예배가 실망스러웠습니다. 예배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성도들의 예배드리는 태도 역시 다들 적극성이 없고 관심 없는 외부인 같은 모습이어서 약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어떤 교회는 뭔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예배당에 들어설 때부터 가벼운 긴장감이 있었고, 예배 시간에 거의 예외 없이 설교에 집중하고 반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두 교회 목사님이 다 훌륭한 분들이고, 설교도 비슷하게 좋으시고, 교회의 규모도 둘 다 대형 교회인데 과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싶었습니다.
그 차이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될 것 같습니다. 바로 편안함의 안주와 불편함에 따른 헌신의 차이였습니다. 먼저 말씀드린 교회는 잘 안정되어서 좋은 프로그램에, 잘 정돈된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던 교회인데 반해서, 두 번째 말씀드린 교회는 여러 부분이 불편했던 교회였습니다. 예배당이 좁아서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몇 백 개의 의자를 성도님들이 손으로 들고 와서 놓아야 하고, 주차장도 없어서 멀리 학교 운동장까지 걸어가고, 차가 빠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교육관은 형편없이 좁은 등 여러 가지가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다니는 헌신 때문에 교인들이 살아있고, 예배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었던 점은, 신자는 불편한 점이 사라지고 편안함에 안주하면 영성도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가 얼마나 작은 불편함, 작은 촌스러움도 못 견디는 분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까? 조금만 더 편리한 기기가 나오면 바꾸어 쓰고, 조금만 편리한 시설이 있으면 도입하고, 우리는 끝없이 우리 자신을 편하게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작고 재정이 약할 때는 이것저것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규모가 커지고 재정이 괜찮아지면 화려한 건물을 짓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하고, 화려한 음향과 조명에 과도하게 힘을 씁니다. 불편함 없는 주차장을 만들고, 불편함 없이 시설로 바꾸어 나갈 때 그래서 교회는 흠 잡을 데 없는 곳이 되어가는 것 같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점점 영성이 죽어가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는 아직은 불편한 부분이 많은 교회입니다. 세련되지 못했고 시설이 미비한 부분이 많습니다. 교회 재정이 들어갈 때는 그 어떤 교회보다도 타당성과 성도들의 귀한 헌금으로 드려진 예물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고 강조하여 규모 있고 효과적으로 쓰여 져서 헌금 드리신 분들에게 보람과 기쁨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 성도님들이 불편한 부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좋은 시설로 확충하는 일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우리 성도님들의 영적인 건강을 이유로 별로 속도를 빨리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임목사에게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리더십이 교체되었다고 그동안 불편했던 어떤 점을 바꾸자고 건의하실 때는 신중하게 생각하시고 기도도 많이 해보시고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교회 영성이 살아있기 위해서 필요한 불편함은 계속 고수되는 것이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영성을 살아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늘 복 받으세요~! 한승엽 목사드림